프롤로그: K-드라마 전성시대, 웹드라마가 마주한 현실
7. AI와 인간의 하이브리드 제작
웹드라마 산업은 지금 창작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 서 있다. 제작 전 과정을 사람이 직접 주도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콘텐츠의 창의적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시청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읽어낸다. 어떤 장면에서 몰입도가 높아지는지, 어떤 대사에 공감도가 올라가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분석은 작가와 연출자에게 새로운 영감의 재료가 된다.
또한, AI는 콘티 제작, CG 생성, 영상 편집, 색보정, 자막 번역 등 반복적이면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영역에서 막강한 효율성을 발휘한다. 덕분에 제작진은 보다 핵심적인 창작 영역, 즉 인간적인 감성과 사회적 맥락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발전된 AI라도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사랑의 미묘한 뉘앙스, 사회적 갈등 속에서의 인간적 고민,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공감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서사의 힘이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제작은 ‘AI가 만든 초안을 인간이 다듬고, 인간의 감각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AI는 도구이자 동료일 뿐,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몇몇 글로벌 제작 현장에서는 AI와 인간의 협업이 시작되고 있다.
앞으로 웹드라마는 짧은 주기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에는 한 시즌 제작에 수개월이 걸렸지만, AI의 도움으로 제작 속도가 크게 단축된다. 동시에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이 더해져, 이전보다 더 실험적이고 깊이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글로벌 OTT 시장에서는 빠른 제작과 다양한 장르 실험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한국형 웹드라마가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면, 한류 콘텐츠의 확장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AI 협업이 일상화되면서 저작권 문제가 제작 현장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시나리오 초안이나 이미지, 음악을 최종 결과물에 활용했을 때, 그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I를 활용한 작가인가, 아니면 AI 시스템을 만든 기업인가? 아직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고민은 작품의 정체성이다. 지나치게 AI에 의존할 경우, 콘텐츠는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는 결국 웹드라마만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약화시킨다. 특히 웹드라마는 젊은 세대의 생활감각과 개성을 담아내는 장르인데, AI가 만든 틀에 갇히면 시청자가 원하는 ‘생생한 리얼리티’와 ‘문화적 감수성’을 잃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창작자의 정체성 문제도 있다. 작품의 아이디어나 스토리라인 상당 부분을 AI가 만들어낸다면, 인간 창작자는 점점 ‘편집자’ 혹은 ‘보정자’의 역할로 밀려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스스로의 직업적 자존감과 정체성을 잃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AI와 인간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다.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은 제작비와 시간을 절약해주지만, 그 결과물이 항상 감동적이거나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인간 창작자만의 직관과 경험은 깊이를 보장하지만, 제작 속도나 효율성 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균형은 “AI의 계산적 정확성과 인간의 감성적 통찰이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초안을 AI가 빠르게 다듬고, 인간 작가가 대사와 감정선을 보강하는 방식이 있다. 혹은 배우의 표정을 AI가 분석하여 편집자가 장면 배치를 최적화하는 등 기술과 사람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이 균형은 웹드라마가 ‘양산형 콘텐츠’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아주며, 동시에 ‘예술적 완성도’와 ‘산업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한다. 균형의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할 때, 웹드라마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해결의 핵심은 법적 기준 마련과 창작 철학의 정립이다. 저작권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동시에 제작자 스스로도 AI를 ‘도구’로 활용할지, ‘공동 창작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 없이는 AI 시대의 웹드라마가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게 될 것이다.
AI와 인간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공동 창작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하이브리드 제작 모델이 정착된다면, 웹드라마는 더 많은 이야기, 더 새로운 실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8회에서는 ‘폐허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버려진 공간과 잊힌 무대가 어떻게 웹드라마의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무대가 되는지, 그리고 AI가 그 공간에 어떤 새로운 상상력을 덧입히는지 살펴본다.
[AI 시대, 웹드라마의 생존 전략 9회] 웹드라마의 미래 시나리오 (4) | 2025.08.28 |
---|---|
[AI 시대, 웹드라마의 생존 전략 8회] 폐허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0) | 2025.08.25 |
[AI 시대, 웹드라마의 생존 전략 6회] 팬덤 경제와 새로운 유통 모델 (2) | 2025.08.18 |
[AI 시대, 웹드라마의 생존 전략 5회] 지역 기반 스토리텔링의 부상 (0) | 2025.08.14 |
[AI 시대, 웹드라마의 생존 전략 - 프롤로그] K-드라마 전성시대, 웹드라마가 마주한 현실 (1) | 2025.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