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K-드라마 전성시대, 웹드라마가 마주한 현실
1. OTT 황금기, 웹드라마의 사각지대
K-드라마가 전 세계 OTT 시장을 점령했다.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지옥》 같은 작품들이 연달아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하며 ‘K-콘텐츠’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앞다퉈 한국 제작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황금빛 무대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바로 저예산 웹드라마 시장이다.
OTT 플랫폼의 주력 무대는 대규모 자본과 스타급 배우가 투입된 장르물이다.
이른바 ‘10부작·에피소드당 20억 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는 대작이다. 반면 웹드라마는 회당 제작비 수천만 원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 유치조차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규모 제작사들은 자금 부족으로 촬영 기간을 줄이고, 세트 대신 제한된 로케이션을 활용하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표준보다 낮은 출연료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 회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웹드라마는 원래 5~15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을 강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OTT 시장이 장르·서사 완성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짧다’는 특성이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시청자는 빠른 전개와 참신한 소재를 원하지만,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몰입과 서사 밀도를 기대한다.
과거 유튜브나 SNS에서 빠르게 소비되던 ‘스낵컬처’형 콘텐츠가 이제는 OTT의 거대한 콘텐츠 풀 안에서 묻히는 셈이다.
한때 웹드라마는 방송사 드라마가 다루지 못하는 틈새 소재와 지역적 특색을 담아내며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OTT 편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 단계부터 글로벌 보편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결과, 개성 강한 로컬 색채나 실험적 연출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제작사 입장에서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웹드라마만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는 역설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대형 OTT가 투자·제작의 중심이 된 이후, 그 틀에서 벗어난 작품은 제작 기회 자체를 잃는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ROI(투자 수익률)가 불확실한 작품을 기피하고, 제작사는 투자자 기준에 맞추려다 원래의 기동성과 다양성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신인 창작자와 배우는 첫 무대를 잃는다.
결국, OTT 황금기는 모든 제작사에 혜택을 주는 ‘낙수 효과’를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웹드라마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AI가 이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AI 시대에도 웹드라마가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인지가 다음 주제다.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기존 생태계를 재편한다.
2회에서는 ‘AI, 친구인가 적인가’를 통해 그 명암을 본격적으로 짚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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