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K-드라마 전성시대, 웹드라마가 마주한 현실
4. AI가 못하는 것: ‘진정성’의 힘
― 기술이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
3회에서 우리는 AI가 웹드라마 제작에 주는 기회와 위협을 살펴봤다.
제작비 절감, 효율성, 속도 측면에서 AI는 매력적인 도구지만, 결국 콘텐츠의 핵심은 ‘이야기’와 ‘감정’이다.
그리고 이 영역은 아직 AI가 따라오지 못한다.
AI는 방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흥행 공식을 뽑아내고, 장르 문법을 충실히 재현한다.
하지만 그 공식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패턴이다.
인간 창작자는 패턴을 깨고, 시대의 변화나 사회의 공기를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예를 들어, 20대 청춘이 느끼는 취업 불안, 세대 갈등, 지역 소멸 같은 주제는 통계로만 해석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의 감각이 필요하다.
시청자가 한 장면에 울고 웃는 이유는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의 진폭 때문이다.
그 감정은 배우의 표정, 대사의 호흡,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생겨나는 공기 속에서 완성된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얼굴 합성과 목소리 연출을 구현해도, 그 현장의 ‘숨결’까지 재현하긴 어렵다.
특히 한국 웹드라마가 글로벌에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로컬리티’다.
골목길의 간판, 시장 상인의 억양, 결혼식장 하객 문화처럼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이 해외 시청자에겐 신선함이 된다.
AI가 이런 로컬 디테일을 흉내낼 순 있지만, 그 디테일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콘텐츠는 결국 사람을 향한다.
아무리 완벽한 그래픽과 연출이 있어도, 시청자는 '이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통계가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감독의 시선, 배우의 감정이다.
AI 시대에 웹드라마가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줄 수 없는 것을 더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다음 화에서는 이러한 진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지,
〈5회: 지역 기반 스토리텔링의 부상〉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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