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실험하는 지역 미디어 창업의 미래
지금까지 드라마와 영화 제작은 유명 배우, 수십 대의 촬영 장비, 대형 세트장, 거대 자본이 독점해 온 영역이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부족하면 시작조차 어려웠고, 지역 창작자들은 수도권 대형 기획사의 하청이나 단순 촬영지 제공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 중앙 집중형 제작 구조의 빗장을 근본부터 허물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후난TV가 저녁 8시 황금시간대에 100% AI로 제작한 30부작 판타지 드라마 〈후서유기(后西游记)〉를 정규 편성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실제 배우도, 카메라와 조명도, 야외 세트장도 없이 100명의 인력이 4개월 만에 기존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전편을 완성했습니다.
물론 표정과 동작의 어색함 등 보완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핵심은 화려한 비주얼이 아닙니다. 거대 자본과 물리적 설비가 쥐고 있던 제작 문턱이 무너졌으며, 제작의 중심축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창작자의 기획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소수 정예 기획팀도 대형 스튜디오 못지않은 스케일의 세계관을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컬(지방)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순히 '지역 설화나 골목길을 찍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역 소재에만 매몰되면 자칫 '지역성이 없는 보편적 장르물은 설 자리가 없다'는 편협한 한계에 부딪힙니다. 로컬의 진짜 강점은 자본의 압박과 높은 고정비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도전할 수 있는 독립적 창업 환경에 있습니다.
그러나 AI를 쓴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2026년 1분기에만 12만 2천 편의 AI 숏드라마가 쏟아졌지만, 공장식 양산으로 인해 플랫폼 광고 단가는 10분의 1로 급감했고 98.7%의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레드오션이 형성되었습니다.
지자체와 공공의 정책 역시 단발성 제작 지원금을 쪼개어 나눠주는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한두 편의 영화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지역에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기존의 비대한 아날로그 시스템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가장 기민한 AI 제작 시스템으로 직행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독창적인 이야기로 승부할 때 로컬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가장 역동적인 창업 기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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